
[유해한 서사읽기] 네번째 질문 어린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보여줄게 완전히 와일드한 나…🙃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뭔진 몰라도 낭만적인 여름 풍경 같은 게 떠오르는 구절 아닌가요? 둘 다 일본의 영화감독 ‘미야케 쇼’의 영화 제목이에요. 미야케 쇼는 잔잔하고 맑은 자연, 조용히 열정을 다해 뭔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주 그려내는 감독이에요. 젊은 나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하마구치 류스케의 대를 이을 일본 영화의 미래로 불리고 있는 미야케 쇼는 요즘 저의 최애 감독이기도 한데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아져서인지 초기작 <와일드 투어>가 며칠 전 국내 정식 개봉해서 관에 오르자마자 신나게 보고 왔어요! 학생을 대상으로 한 ‘DNA 도감 워크샵’을 배경으로, 자원활동가 선생님과 두 명의 중학생이 겨울 식물 표본을 채집하러 산으로 여행을 가는 얘기였어요. (예고편 : https://youtu.be/9P1eORxwuc0?si=JNpQdDQuxC7pqG_P) 스포를 아주 살짝만 하자면, 극 중의 15살 동갑내기 친구인 슌과 타케가 정해진 수순처럼 상냥한 대학생 선생님 우메를 좋아하게 되는데요. 둘은 계속 ‘곧 고등학생이 된다’는 점을 우메에게 어필하고 또 우메가 헤어진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걸 몰래 훔쳐보며 자기 마음을 다시 돌아보기도 해요. 너무 귀여운 그 나이대의 풋사랑 그 자체지만, 아이들의 진지한 고백과 깊은 침묵을 보고 있다보면 왠지 또 ‘귀엽다’라고만 할 수는 없어지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선 너무 ‘아이답다’고 느끼다가도, ‘아이다움’이란 건 또 뭐지? 하고 스스로 되묻게 할 만큼 성숙하고 깊고 촘촘한 감정들이 이어졌어요. <와일드 투어>나 <괴물>,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같은 영화들을 보다 보면, 로알드 달의 동화나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다보면 주인공 어린이들의 복잡한 사고와 관계와 말투와 품위에 조금 감탄하게 될 때가 있어요. ‘내가 저 나이에 저렇게 생각을 깊게 많이 했었나?’ 싶은 순간들이 있고요. 그런데 또 어린 시절 썼던 줄공책 일기를 정말 가끔 꺼내보면, 저 역시 지금의 제가 깜짝 놀랄 만큼 복잡하고 어른스러운 고민을 매일마다 하던 어린이였더라고요. 살면서 딱히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도 만나다 보면 과연 제대로 ‘어른다운’ 어른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러워지면서, 어른이 되지 않아도 진짜 어른들보다 더 어른다운 아이들이 있을 거라고 믿게 되기도 하고요. (고슴이의 ‘나이 먹는 것이란?’ 포스트가 생각나기도😉 https://app.newneek.co/community/post/30157) 물리적 시간이 쌓아주는 인간의 경험치는 물론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쩌면 나이 먹는다는 건 그냥 예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선의나 훌륭한 생각들을 많이 잊어먹고 새로이 깨닫고, 마음으로 알았던 걸 글로 다시 배우고… 하는 그런 과정의 반복 아닐까 싶은 면도 있어요. 📖 이번 주말에 친구들과의 독서모임을 갔다가, 초등학생 독서논술 교사인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아동문학’에도 너무 다양하고 넓은 범위가 있어서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어디까지가 아동문학인가”를 두고 엄청나게 활발한 토론이 늘 현재진행중이래요. 한국의 아동문학을 예로 들자면 권선징악이나 근면성실에 대한 교훈을 주는 동화가 오래도록 유행했고(저도 아마 이 세대의 끝물인 것 같아요ㅎㅎ) 그후엔 아이들의 자율성과 자립심을 키워주는 류의 동화, 구체적인 꿈을 찾아주는 동화가 차례로 유행한 후에 이제는 ‘아동의 범위/아동이 읽을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큰 고민으로 넘어갔다고 하는데요. 친구가 들려주는 다사다난한 아이들의 세계까지 조금 알게 되니 이 어린이-문학의 필드도 많이 궁금해졌어요. 아이들은 미디어 속에서, 어른들의 인식론적 한계 안에서 자주 순진하고 착하고 아무 영향도 끼칠 수 없는 존재로 상상되지만 현실의 어린이는 절대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 저는 터울이 크지 않은 친동생과 학교 후배들을 제외하곤 저보다 어린 사람과 절친해본 경험이 딱히 없어서 사실상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접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 동생, 아이, 친구, 어떤 관계로든 ‘아는 어린이’가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번 포스트를 빌어 ‘어린이라는 세계’에 기웃거려보고 싶어요. 어린이의 말과 행동에서 ‘나보다 낫다’고 느끼고 감탄하거나 엉뚱한 말에 즐거웠던 적이 있는지, 그 특정한 어린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법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저처럼 아는 어린이가 없는 메이트들에겐 어린 시절 최애 동화책이 뭐였는지 묻고 싶어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최근에 본 어린이를 주인공이나 타겟으로 한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었나요? 소설 동화 영화 연극 뭐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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